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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걷자, 꽃처럼 웃자
by 소년 아
2월 4주, 집 청소 하려고 했더니 병원을 오간다
맹장 수술도 고통스럽긴 하겠지. 그러나 24시간 간병인이 필요한 정도인가. 필요한 정도라 쳐도 간병인을 고용하기 보다 마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딸들을 부르는 건. 딸들이 수술을 하면 당신은 열일 제쳐두고 옆에 붙어있을 사람이라 타인에게도 그리 요구하시겠지. 그러나 당신 딸들은 당신이 그렇게 하길 원하지 않소. 여기서 생기는 간극을, 당신은 타인, 당신 딸들이 잘못되었다 생각하고 타인을 바꾸려 하겠지. 그리고 당신 딸들은 그런 당신을 더욱 꺼릴테고.

몇 해 전, 하도 건강이 좋지 않아 검사를 받으려고 입원했는데 내가 병원 식사를 다 먹었더니 그 많은 밥을 다 먹냐 했지.

그보다 한참도 더 전에, 내가 마르겠답시고 엄청 안 먹던 때가 있었는데 아버지는 그런 나를 무척 못마땅해하고 큰 소리로 야단도 치셨지만 어머니는 매우 마음에 들어했지. 독하다고.독하게 굶는 나를 칭찬했어. 독하다고.

지금 생각하면 나는 도대체 뭐하자는 짓인지 모르겠네. 뭐, 마르고 싶었지. 그 땐. 아사로 죽어버리려고 했지. 사실은.

당신은 병실 안에서도 당신의 정치적 성향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며 큰 소리로 전화통화를 하지. 당신 딸들은 그런 당신이 부끄러워. 정치적 성향도 부끄럽지만, 어떤 트라우마가 강하면 그런 걸 옳다 생각할 수 있다고는 생각해. 그렇지만 그런 걸 그렇게 공공연히 전시할 필요가 있을까? 큰 목소리로 병실에서 남들 들으라고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 당신의 친구들은 자산이 많고 같은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지. 당신이 그런 사람만 골라 친하게 지낸다는 걸 알지만, 그리고 나도 그렇지만, 그리고 누구나 그렇겠지만…… 당신과 그 사람들은 그러니까, 나에게 있어 보스턴 리갈의 데니 크레인 같은 존재들이야.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면 말이지.

사실은 그냥 안 보고 지냈으면 좋겠어.

당신의 도움도 받지 않고,
당신의 부림도 당하지 않고,

당신의 사랑은 늘 조건부지. 내 말을 잘 들으면 나는 너를 사랑해줄거야. 내 사랑은 돈으로 표현되지. 내 말을 잘 들으면 나는 너를 사랑해줄거야.


나는 당신의 사랑을 받을 때마다 내가 내가 아니게 느껴져. 어렸을 땐 내가 아닌 나를 죽여버리고 싶었지. 내 여동생은 자신이 자살하면 당신이 남들에게 손가락질 당할까봐, 당신이 불쌍해서 자살하지 못했다고 해. 나는 내가 자살해봤자 당신은 변하지 않을 걸 깨닫고 죽지 않았지. 악착같이 살아서, 멀리, 멀리,나 혼자 살겠다고.

두 아이를 키우는 지금 나는 무척 슬퍼.

내 아이들이, 내가 당신을 여기듯 나를 여겨서 나로부터 멀어지려고 한다면 나는 정말 많이 슬플거야. 하지만 그건 또 어쩌겠어. 정말 그렇게 된다면 나의 아이들은 나와 잘 안 맞았던 거겠지.

그렇다고 당신과 붙어 있기 위해 노력하고 싶진 않아. 내 아이들에게 본을 보이지 못하더라도, 나는 멀리 멀리 멀리, 혼자, 아무런 참견도 없이 살다가, 혼자, 죽었으면 해.

내가 이렇게 고독을 갈망하는 걸 내 아이들이 자라서 알게 된다면 그 아이들도 슬퍼할 지 몰라. 이 고독이 너희로부터 떨어지고자 하는 게 아니고 당신으로부터 떨어지고자 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당신의 뜻대로 유치원에 가봤더니 꽤 좋았어. 내 마음에 들었지. 콜베의 마음에도 들었어. 시어머님도 좋아하셨지. 당신은 콜베의 입학금과 첫 등록금을 내주겠다고 하셨어. 나는 고맙다 했지.

나는 이제 당신이 주는 건 그냥 받고, 그걸 갚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려고 해. 너무 많이 힘들었어. 당신이 주려는 걸 마다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고, 당신이 주면 나는 그 이상으로 갚으려고 애 썼지.

이젠 그냥 당신이 주는 게 당신은 조건부 사랑이더라도, 나는 당신이 원해서 줬으니까 고마워, 하고 받고 난 그거랑 상관 없이 그냥 살래. 하고 생각하길 노력하려고 해.

그러면 당신은 당신이 아무리 내게 뭘 줘도 난 그냥 고마워하고, 내가 생각하기에 내 할 도리를 하고, 당신 뜻대로 살진 않을거란 걸 언젠간 깨닫겠지. 도로 달라고 할 수도 있는 사람이지. 당신은. 그 때가 되면 나는 뻔뻔스레 주고 싶어서 준 사랑이잖아요. 라고 말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당신은 날 길들이기 위해서 폭력과 사랑을 줬지만 그건 당신의 자유일 뿐, 나는 그걸 갚을 필요가 없단 걸, 폭력도, 사랑도.


세상에. 서른 일곱이 되어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


나는 나이를 먹는 걸 주변인들보다는 꽤나 기꺼워하는데, 아마 그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나이를 먹을 수록 깨닫는 바가 늘어 스스로 존재하는 나에 가까워지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당신의 사랑이 그리워. 무조건적인 사랑. 그리고 그건 결국 내가 만드는거지. 당신의 사랑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나는 당신의 조건부 사랑이 싫어.
나는 당신의 폭력이 싫어.
나는 당신이 내게 죽어버리라고 했던 말을, 그 칼 끝을, 기억하는 나를 싫어할 정도로 당신이 싫어.
나는 당신이 당신 친구는 물론 당신 딸들의 친구 인생까지 평가질하는 게 싫어.
나는 당신의 정치적 신념이 싫어.
나는 당신의 돈과 행복의 동일시하는 태도가 싫어.
나는 당신의 빈정대는 말투가 싫어.
나는 당신의 욕설이 싫어.
나는 당신의 외모 평가가 싫어.
나는 당신의 큰 목소리가 싫어.
나는 당신의 엄살이 싫어.
나는 당신의 갑질이 싫어.
나는 당신이 싫어.
그래도 나는 당신을 사랑해.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해줘서 고마워.
당신이 나를 잘 기르려고 애 썼다는 사실을 알아. 고마워.
당신과 나는 참 안 맞지만, 어쨌든 나를 낳아줘서 고마워.
많이 힘들었을텐데, 여러가지로.

당신이 내 어머니라서 나는 많이 힘들지만, 당신이 내 어머니라서 고마워. 나를 낳아서 이 세상에 있게 하고, 조건부든 아니든 어쨌든 뭐든 사랑하려고 노력해줘서 고마워.


나는 당신이 죽어도, 그 땐 그 때 나름의 슬픔과 홀가분함이 있을테고 그 때 나름의 고마움이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 살아있어줘서 고마워.


by 소년 아 | 2018/03/03 23:49 | LIF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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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8/03/0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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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8/07/25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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