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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걷자, 꽃처럼 웃자
by 소년 아
누군가를 위해 웃는다면
어머니가 맹장 제거 수술을 받으셨다. 보호자로서 나는 어제 오후와 오늘 오후, 밤을 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어제 밤에는 여동생이 간병했고, 오늘 밤엔 내 차례다.

오늘이 마감이라 나는 휴게실에서 스케치 중이었다. 지나가던 여자 노인 한 사람이 나를 보더니 "웃는 사람도 하나 있네." 라고 말했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그림과 같은 표정이 되는 버릇이 있다. 노인이 지나갈 때 내가 그리고 있던 컷이 이거다.





암환자, 투석환자 등이 함께 있는 외과 병동에서 웃는 사람을 봐서 좀 낫단 얘긴지, 아니면 반대로 웃지도 말란 얘긴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웃는 사람을 봐서 좋다는 쪽으로 들으련다.

이 병원은, 이 층은, 내 아버지가 계시다가 돌아가신 곳이다. 나는 주말에 아버지를 간병했고, 평일에는 퇴근할 때 꼭 아버지를 뵙고 집으로 갔는데 그 때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은 나를 참 좋아했다. 늘 웃는 얼굴로, 힘든 기색 없이 아버지를 돌본다는 이유였다. 내 웃는 표정이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다니 기쁘다.

그렇지만 나는 아버지가 좋아서 웃었다. 아버지가 나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웃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할 땐 같이 울었지만, 그래도 나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웃었다. 내가 슬퍼하면 아버지가 기운 없을까봐, 내가 힘들어하면 아버지가 더 아파할까봐, 웃었다. 웃는 것 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웃었다.

그 땐 아버지 외엔 아쉬운 게 없었다.

아버지는 죽으면 안 된다고, 나는 내 어머니와 둘이 살 수 없다고, 울며 기도한 적이 많았다.


지금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이승에 안 계신다. 나에게는 아쉽고 귀한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그럼에도 내 어머니가 그리 아쉽지 않은 건 내가 너무 못됐기 때문이다. 난 정말 못되쳐먹었다. 정말 너무 나쁘다.

어머니를 위해서 웃었던 건, 언제의 나였을까.

by 소년 아 | 2018/03/01 01:49 | LOV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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