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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걷자, 꽃처럼 웃자
by 소년 아
임시저장글들, 그리고 비밀의 숲
1.
어제는 특별한 저녁을 보냈다 라는 제목의 임시저장 글이 있었다. 낭군님은 온 내종일 비비씨를 들여다봤고 나는 틈만 나면 뉴욕 타임즈 사이트를 새로 접속했다 라고 적혀 있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던 날 귀갓길에 쓰다 만 글이었다. 임시저장글을 삭제했다. 나는 미국이라고 기대만큼 합리주의자들이 많은 건 아니구나, 이게 현실이구나, 나는 이 현실에서 어떻게 행동하며 살아가고 내 아이들을, 우리 아이들을 가르칠지 더 많이 고민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개표 중반 쯤에 나는 농담처럼 낭군님에게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되면 그냥 집밥 먹고 도날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내가 치킨을 쏠게. 우울할 땐 맛있는 거라도 먹어야지. 아, 돈 아끼고 싶다. 진심으로. 그리고 우리 가족은 치킨을 먹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커넥션을 보면서 나는, 정부에 대한 신뢰같은 건 없었지만 그래도 위정자에게 갖고 있던 합리와 논리에 대한 기대가 와장창 박살났다. 와르르 무너졌다고 썼다가, 와장창 박살났다는 표현이 더 어울려서 수정했다. 열면 열수록 갑갑하고,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헛웃음만 나온다. 썩고 병든 가지는 얼른 잘라버려야 한다. 그게 그루터기라고 못 자르면 나무 전체가 죽는다. 그루터기 잘라내도 뿌리가 살아 있는 나무는 그냥저냥 산다. 병든 가지를 자르다 말면, 다른 가지도 또 병들어 그루터기인 척 묻어갈테지.

2.
카라얀도 베토벤도 좋아하지 않지만 카라얀 지휘의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듣고 있다. 3년 전일까, 4년 전일까, 아마추어 실내악 앙상블에서 연주했던 곡이다. 나는 살이 많이 쪘고 어느새 많이 늙었다. 검도를 하던 때보다 30키로가 쪘고 결혼 전보다 20키로가 쪘고 슈판 낳고 기르다가 복직할 때에 비해 15키로가 쪘다. 1년 만에.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난 가끔 내가 꼴도 보기 싫다. 라고 적은 임시저장글도 있었다.

나는 요즘 식사량을 조절하고 있다. 당장 운동은 못 하더라도 체중을 좀 줄여서 나중에 운동 할 때 관절이 아프지 않게 하려는 심보다. 이거 먹으면 퇴사 못해 라는 자기암시로 군것질과 커피량을 줄이는 것도 꽤 도움이 된다.

어제는 검도부 후배들이 밴드에 초대해줘서 시합 동영상을 보다가 중간에 껐다. 너무 부러웠다. 아아, 운동하고 싶다.

3.
기침감기가 3주 넘게 이어진다. 자다가 기침이 너무 심해서 하룻밤에 대여섯 번씩 깬다. 출산했지만 요실금 없다고 생각했는데 강도 센 기침을 하도 많이 해대니 자동으로 오줌도 나온다. 생리대를 기저귀로 쓰고 있는데 아주 많이 짜증난다. 

일요일에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일주일치 약을 받아왔다. 그리고 민간요법도 동원해서 양파를 발바닥에 붙이고 양말을 신고 잔지 3일 되었다.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발은 따뜻하고 촉촉해진다. 양파 넣은 비닐을 신고 양말도 신고 자니 따뜻하고 촉촉한게 당연하다. 
발이 갑갑한게 싫어서 몸조리 할 때도 양말신고 자는게 고역이었고, 자다가 무심결에 양말을 벗어던져서 일어날 땐 맨발이곤 했는데 이부자리가 양파로 덕지덕지 되는 꼴이 싫어서 그런지 이번엔 양말을 안 벗고 잘 버티고 있다 라는 내용의 임시저장 글도 있었다.

건강은 엄청 중요하다. 임신 출산한 친구나 동료들에게 제일 많이 해주고 싶은 말, 어렵겠지만 꼭 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챙기렴.

4. 
치즈의 끈질긴 영업에 넘어가서 비밀의 숲 드라마를 시청했다. 비스켓의 영업으로 랑야방 홀랑 보더니 이번엔 비밀의 숲이다. 나 의외로 친구영업 잘 당하는 사람인가봐;
조승우를 하정우와 헷갈릴 정도로 안면인식 장애가 있는데다가 배우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어서 시나리오가 좋은 작품이란 얘기를 숱하게 들어도 보고 싶지 않았는데, 역시 이래서 네트워크 마케팅이(…)

1화부터 이상하게 서동재 검사가 눈에 밟혀서 얘는 분명 내가 진짜 싫어하는 인물인데 왜 이렇게 신경쓰일까 했더니 치즈가 대답하기를 '잘생겨서'. 아, 내가 생각보다 얼빠 중증이구나 깨달음을 얻었다.

3화에선 아니, 얘가 왜 여기서 왜 왜 나와!! 하고 소리지르고, 중반부까지도 사람들이 왜 이창준 검사를 그렇게 애정하는지 몰라서 혼자 어리둥절하다가 강 부장검사가 점점 좋아지기 시작하고 황시목 검사와 한여진 경위 콤비의 매력에 젖다가 그만,

네, 윤과장님. 저 윤과장님에 치였습니다. 이규형 배우 작품은 비밀의 숲이 처음이지 싶은데, 배우 때문에 도깨비를 볼까 말까 고민하는 지경.

그리고 14화부터는 우느라고 제정신 못 차리고, 또 왜 얘가 왜! 아니 왜! 이러다가 당신이 왜! 당신이 왜!! 이러다가 흑흑, 이창준 님아, 아이고, 아이고, 곡하다가, 네, 좋은 마무리.

끝이 좀, 거국적인 느낌이긴 한데 이렇게 끝내는게 최선이란 생각이 든다.

좋은 작품이다.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까지 훌륭해서 출퇴근 길에 걸으면서 듣기만 해도 훌륭한 라디오드라마(…). 배경음악과 삽입곡도 다 좋다. 아직 여운이 남아서 그런지 어떤 노래를 들으면 자동으로 눈물 나오기도 하고ㅠㅜ

그리고 박근혜 정권 아래에선 방영되기 어려운 작품이었단 생각도 했다.

어쨌든, 윤 과장님, 사랑해요! (급 마무리)
by 소년 아 | 2017/08/25 13:19 | LIFE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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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우람이 at 2017/08/25 14:58
아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제 마음 속 모땡김 일뜽 하정우랑은 헷갈리지 않으셔야 한다고 이 연사 간절히 외칩니다아아아........!!!

저도 사랑해요 윤과장님 (하트)(하트)
Commented by 라비안로즈 at 2017/08/25 23:15
음... 무말랭이랑 대파뿌리를 같이 푹 끓여서 드시면 효과 있더라구요. 맛은.. 정말 약이구나... 라고 생각이 드는 맛이랄까요..

저 혁서 가졌을때 이거 먹고 나았어요.
Commented by minci at 2017/08/25 23:20
아아.. 저도 회사 옮기고 나서 아침 식사량을 줄였지요.............;;;;
자사 타사 할 거 없이 '샘플'이 굴러다니는 좋은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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