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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걷자, 꽃처럼 웃자
by 소년 아
살얼음 23/365, 음식으로만 십만원
1.
우울감이 땅을 파고 들어가 맨틀을 뚫고 핵에 다다르는가 싶더니 생리를 시작했다. 몇주간의 죽음을 향한 우울감이 현재의 불만족에 월경 전 증후군까지 겹쳐서 그랬는가, 여러분, 대자연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사람을 막 죽여요.
주기가 불규칙하든 어떻든간에 하긴 하는 걸 보면 고 3때나 고시공부할 때보단 덜 힘든가보다. 허리와 골반이 뻐근하고 만사 짜증과 괴로움이 업그레이드 되었다가 진통제 두 알에 안정을 찾았다. 여러분, 진통제가 이렇게 훌륭합니다. 미친 해파리를 막 진정시켜요.


2.
주말에는 음식으로만 십만원어치 쇼핑을 했다. 콜베와 슈판이 먹을 딸기, 블루베리, 포도, 냉동새우, 치즈, 우유, 파프리카와 당근, 바나나, 케이크가루, 과자. 미친 쇼핑을 하고 상경 후 죄책감에 시달린다. 삽십만원어치의 책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들이던 과거의 내가 부럽다. 소비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부러운게 아니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부분이 매우 부럽(…)


3.
그리고 오늘 아침, 콜베 어린이집 교육비와 교통비 등 한 학기분 금액인 26만5천원 송금하고 일을 하다가 점심시간에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니 콜베와 슈판이 매일 마시는 우유 값 19만5천원이 결제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저는 지금 사흘만에 56만원을 썼습니다. 그러니까 일주일 일하고 야근한 돈이 사라진 셈이죠.

정말. 죽을 수가 없다ㅋㅋㅋ


4.
그래서 출근길에 뮤지컬 마타하리 포스터를 처음 보고 두근거렸던 제복덕후의 마음은 고이 접어 휴지통에 버렸다. 그랜드민트페스티벌 따위도 머릿속에서 삭제삭제.


5.
사실 돈에 대한 나의 강박은, 낭군님의 벌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거라서 낭군님이 벌이에 너무 신경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큰 그림을 보고 고고. 나의 돈 강박은 어머니에게서 온 것도 있지만 스스로 만들어낸 독립에의 강박이 경제적 강박으로 이어진 셈이라서(…)


6.
죽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 중 가장 큰 것.

내 아이들이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해줄 필요는 없지만(고 지금은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을 해줘야 한다.

너는 나에게 꼭 필요한 존재야. 너가 어떤 아이이든 상관없이 나에겐 너가 소중해. 너가 살아있어서 난 정말 기쁘고 행복해. 신은 너를 정말 많이 사랑하셔서 이 세상에 너를 테어나게 한거야.

라고 말해주는 것.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나라는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도보다 더) 많이 평가받고 자랐고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땐 가감없이 존재를 거부당하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다. 나 같이 자란 사람은 힘이 들 때 버텨내고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것이 남들보다 훨씬 어렵다. 나는 운이 좋아서 하느님이라도 붙들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살기 위해 얼마나 고통스럽게 숨을 쉬고 있을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공감으로 울게 된다.


나는 내 아이들이 나 같이 근본부터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정말 필요한 사람이고,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고, 남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길 바란다. 그러니까 나는 살아서 아이들에게 너희 자신들이 나, 엄마에게 얼마나 필요한 아이들이고, 엄마를 도와줄 수 있는 아이들이고, 엄마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줘야 한다.


7.
어떻게든 버텨내겠다고 생각한 이유 중 또 하나.

메일링 서비스들에서 소개하는 무슨 위인의 일화나 명언같은 것들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위해서 지어낸 것이 하도 많아 신뢰하지 않지만, 가끔은 그런 것도 쓸모가 있긴 하다. 나는 일요일 밤 서울에 도착해서 열어본 이메일에서 소개한 한 구절을 읽고 반성했다.

말보다 우리의 사람됨이 아이에게 훨씬 더 많은 가르침을 준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바라는 바로 그 모습이어야 한다.
- 조셉 칠튼 피어스 -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삶을 선택하는 사람이길 원한다면, 나부터 버텨야 한다.


같은 메일링 서비스에서 소개한 오늘의 문구.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힘은 오직 의지력에서 나온다.
물그릇이 있어야 물을 뜰 수 있다.
의지력이란 바로 그런 물그릇인 것이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

일단 진위 여부는 따지지 말자구요. 그냥, 지쳤지만, 콩나물 껍데기만한 의지력이라도 끄집어내보려고 애쓰는데 저 문장을 읽었다고요. 그냥 그랬다고요.


8.
그래도 나에겐 음악을 들을 귀가 있잖아.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이야. 고맙습니다.

MUSE - DRONES (인터뷰 : Http://musicmatters.kr/2597)

NuRi's Tools - YouTube 변환기


by 소년 아 | 2016/03/07 16:10 | LIFE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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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6/03/07 16:3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6/03/09 07:44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by Lon at 2016/03/07 18:47
ㅠㅠ 힘내세요. 저도 일 벌여놓고 대출님에게 그만두고 징징대다가 대출금 보고 고이 맘을 접는 ㅜㅜㅜ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16/03/09 07:45
돈이란 것이 참으로ㅋㅋㅋ 건강을 담보로 시간을 투입해서 받아내는 효율 나쁜 뽑기랄까요(...)
Commented at 2016/03/07 19:0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6/03/09 07:46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by minci at 2016/03/07 20:50
운명이 나에게 말했다. 그만 좀 맡기라고.(먼산)

오늘도 애쓰셨어요..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16/03/09 07:50
운명탱이ㅋㅋㅋㅋㅋㅋ 민츠냥도 하루 애썼어요:)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16/03/08 10:11
고생많으셨습니다.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16/03/09 07:51
알렉세이 님도 하루 애쓰셨어요. 오늘 하루 행복하고 따뜻한 일로 채우시길:)
Commented at 2016/03/11 04:0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6/03/11 04:08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6/03/16 10:24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6/03/17 18:55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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