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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걷자, 꽃처럼 웃자
by 소년 아
요즘살이 5/21, 생활 정리
1.
콜베가 서울에 왔을 때 라디오를 만지작거리더니 CD플레이어 부분이 고장났다. 이사 오자마자 샀으니 3년은 족히 넘긴 라디오는 한달에 2천원씩만 상각해도 이미 0원 된 지 오래다. 고장난 김에 새 라디오를 데려올까 쇼핑몰을 뒤적였다.

평소 눈독들이던 무인양품의 벽걸이 CD플레이어. 성능대비 비싸긴 비싸다.

디자인은 무인양품 것보다 구리지만 엑타코 CD플레이어도 있다. 가격이 저렴해서 좋다.

아이리버의 IA150도 가격대비 괜찮지만, 검정색이 있으면 좋을텐데 흰색 뿐이다.

소니 CMT-LX30iR이 마음에 쏙 들지만 지나간 모델을 20만원도 넘게 주고 사야 한다는 점이 불만이다.

돈을 좀 더 써서 차라리 미니컴포넌트를 살까? 뒤적뒤적 하다보면 자꾸 눈만 높아져서 야마하, 스타일오디오, 이런걸 구경하고 있다.


그러다가 결론, 고장난 라디오 렌즈 바꿔서 쓰기로 했다. 렌즈 부품값 2만5천5백원. 부품값만 받고 공짜로 수리해주시겠단다.
오오, 아남, 사랑해요. 아남.

그런데 기사님 질문이,

"학원이세요? 애들 교육용으로 쓰시는건가요? 엄청 많이 쓰는게 아니면 렌즈가 나가는 일은 없는데."

...아. 콜베가 만져서 고장난 게 아니고, 죽을 때가 되서 죽은거구나.

아녜요. 그냥 집에서 음악 듣는데 쓰는데... 하고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했더니 기사님은 껄껄 웃으며 2~3일 후에 문자메시지 받은 후 찾아가라며 전화를 끊으셨다.


2.
새 라디오를 사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

(1) 가격, 성능, 디자인, 전부 마음에 드는게 없다. -> 그냥 부품값 내고 수리
(2) 이사 가야 할지도 모른다. -> 새거 사봤자 이사하면서 부서질 수 있음
(3) 디자인만 보면 황학동에서 본 그 옛날 카셋트가.... -> 걍 쓰던거 써!


3.
1년 후면 살고 있는 집의 전세계약 만료된다. 전세 보증금 인상금액에 따라 이사해야 할 수도 있다. (안 올리시면 제일 좋긴 하지만) 내년 이맘때엔 금별이와 콜베도 있을터라 집이나 동네 보러 다니기 어려울 것 같아서 미리 여기저기 뒤져보고 있다.

벼룩시장과 인터넷으로 매물을 보고, 살기 괜찮을 것 같은 동네를 가본다.

막상 가보고 '여기선 못 살겠다' 하는 동네도 있었고, '여기서 살고 싶어!' 하는 동네도 있었는데 우리 부부는 취향이 어찌나 촌스러운지 살고 싶다는 동네가 기껏 읍이다. 양가 부모님께서 들으시면(특히 내 친정 어머니) 뒤로 넘어가실 그런 동네다.

산동네. 창문에서 내려다보면 흑염소가 새끼 두 마리 안고 졸고 있는 동네. 오골계가 때도 없이 꼬끼오 하는 동네.

출퇴근 시간이 지금보다 3배 더 소요되는데도 우리 부부의 마음을 사로잡은 동네와 집이었다.
내년에 이 집이 매물로 있었으면 좋겠다 속닥거리며 한참 전철을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4.
지금 당장 옮길 것이 아니니 그냥 눈도장만 찍고 참 좋다, 이러면서 돌아왔는데 우리 집을 보니 고작 3년 생활한 꼴이 어수선하고 짐도 많다.

혹시 모를 내년 이사를 준비하려면 지금부터 짐을 좀 추려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금별이와 콜베를 데리고 일하는 건 엄청 힘들테니 혼자 있을 지금 후닥닥 정리해야겠다. 입지 않는 옷들과 읽지 않는 책들은 기부하고, 신혼여행부터 밀려있는 여행 기념품들도 정리하고, 쓰지 않는 화장품도 버리고.



5.
깔끔한 생활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며 사는 것이다. 꼭 필요한 것들만 재빠르게 챙겨 이동할 수 있도록, 잡다구리한 것들은 평소에 정리하고, 처분하며 사는 것.




우리 집 살림.
이 중 함과 자개장롱은 친정에 보관 중이다.
은근히 이것저것 많군. 아, 신발장을 안 그렸다.

그리고 책꽂이가 몇 개 있다. 몇 개 있는지 몰라서 안그림.

부피가 좀 큰 전자제품은 데스크탑 PC, 밥솥, 젖병소독기, 선풍기, 열풍기, 작은평형 벽걸이 에어컨이 있다.

이 중 은근히 애물인게 선풍기와 열풍기인데 창고없는 집에 가면 이 녀석들을 어디에 보관하지-_-? 필수품인데 계절품이라 은근 처치곤란.


6.
살림이 뭐 있나 꼽아보다보니 신혼 살림 차릴 때가 생각난다.

사실 우리 부부는 침대도 필요 없고, 화장대도 필요 없고, 식탁도 필요 없다고 안 샀다. 책꽂이만 있으면 됨! 책꽂이와 책상만 사면 됨! 이러고 있었으나, 친정어머니께서 전부 당신 취향에 맞춰 공수해주셨고 우린 그저 예, 감사합니다! 하고 넙죽 받아 챙겼다. 굳이 거절해서 어머니를 섭섭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에겐 없어도 되는 살림들이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특히 살림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드는 지금같은 때) 어머니께서 손수 장만해주셨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늙어 죽을 때까지 곱게 쓰겠습니다:)
by 소년 아 | 2014/05/21 17:41 | LIF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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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라비안로즈 at 2014/05/21 19:13
이사... 참 그렇죠.. 특히 짐이 무시무시하게 늘어난 것을 보면 말이죠;; 몸도 무거워지시는데 힘드시겠어요..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14/05/22 08:57
매일 조금씩 정리하면 언젠간 깨끗해지겠죠ㅎㅎ
저는 살림이 그렇게 늘어나진 않았는데, 다만... 책이.... 책이..... 3년 사이에 책이 왜 이렇게 증식했을까요-_-)~

그제도 남편이랑 수다했네요. 우리 집은 책 빼면 짐이 별로 없어. 책이 8할이다. 이러면서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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