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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걷자, 꽃처럼 웃자
by 소년 아
8월 5주, 9월 시작, 사실은 힘들다
1.
콜베는 서운한 일이 있으면 이렇게 말한다.

엄마 죽어.

아빠 죽어. 도 종종 한다. 할아버지 죽어도 한다. 죽으라는 말을 하는 대상은 엄마, 아빠, 할아버지, 그리고 콜베 자신이다.

이 말을 한 지는 1년 정도 되었을까.

초반에는 너무 듣기 싫어서 심하게 화도 내고 소리도 지르기도 했는데 이젠 참는다. 참다 참다 너무 힘들어지면 콜베에게 말한다.

엄마는 그런 말을 듣는 게 너무 힘들어.

이렇게 말해도 콜베는 들은 체 만 체 가 버린다.


2.
방금은 콜베가 말했다.
엄마, 안 사랑해요.

먼 방에서 말하고, 내게 가까이 다가와서 다시 말했다.
엄마, 죽어.

나는 얘가 또 뭘 바라고 있구나 생각했다.
콜베, 너가 정말 원하는 게 뭐야? 말을 해야 들어주지.

그러자 아이는 말했다.
엄마, 죽어.


아이의 이런 말을 들으면,
나는 제일 먼저 생각한다.

정말 죽을까? 죽어버릴까?


3.
이런 콜베의 상담을 상담하러 갔다가 내가 더 상담이 필요하다 하여 상담 받은지도 벌써 4개월 쯤 된 듯 하다. 선생님은, 아이가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하셨다. 표현하지 않으면 독이 되어 병이 된다고.


4.
아이가 서운함을 표현하는 방식인 걸 알면서도, 아이가 아무 것도 모르고 하는 말에 내가 왜 상처를 받는지에 대해 지난 상담 때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유년의 기억이 거의 없는데, 와중에 뭔가를 기억하는 그 때 부터 이미 나는 죽고 싶었다.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니까.

나는 늘 내가 세상에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폐기물 쓰레기고, 아주 불필요하고, 아주 하찮고, 아주 악하고, 아주 못났으며 추한 존재라고 여겼다.

카톨릭 신자였고, 신앙 안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지만 단 한 가지 인정하기 힘든 교리가 '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점이었다.

너무 추하고 못나고 불필요한 존재인 내가 신에게 사랑받는다니 말도 안될 일이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류의 노래는 내가 제일 이해하기 힘든 종류였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너무 싫었다. 이렇게 못나고 추하고 악한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친구라고 삼아주는 사람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내가 친구들을 사랑하는 건 그럼 사랑이 아니란 말인가. 그럼 이건 뭐지?

나는 그저 단 하나를 바랐다. 세상을 적시는 작은 물방울이 되고 싶었다. 큰 일을, 주님의 영광을, 세상의 빛을, 소금을, 이런 거창한 걸 어떻게. 그저 아주 작은 물방울이었으면. 수 많은 빗방울 중 하나였으면.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신은 나를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잘나고 예쁘고 귀해서가 아니라 신이 신이니까. 신은 그렇게 큰 존재니까. 신은 아주 작은 미물도 사랑하니까.

늘 죽고 싶어했지만, 존재를 지우고 싶어했지만 무서워서 죽지 못하고 살던 나는 죽고 싶은 욕망을 마음 깊이 깊이 숨길 수 있었다. 씩씩하고 밝게 생활하려고 노력할 수 있었다. 스스로 많은 훈련을 했고, 많이 읽고, 많이 흉내냈다.


5.
그런데 콜베가 날더러 죽으라고 말하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죽고 싶은 욕망이 그 말에 쿡 찔린다.

정말, 죽어도 돼?

욕망이 내 이성에게 묻는다.

이성은, 아이가 아무것도 모르고 한 말이라고, 서운함을, 아이의 부정적 감정을 표현한 것 뿐이라고, 욕망에게 설명한다.

하지만 욕망은 아이의

엄마 죽어.

라는 말에서

어머니가 내게 들이댔던 식칼을 떠올리게 하고
어머니가 내게 죽으라고 했던 말들을 떠올리게 하고
내가 필요없는 존재라는 걸 떠올리게 하고
내가 사실은 없어도 됐던 '것'이란 걸 떠올리게 한다.


6.
나는 콜베와 슈판을 잘 키우고 싶다.

내가 자살이든 사고든 일찍 죽으면 아이들에게 큰 아픔과 상처를 준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내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고 폭력과 폭언을 쏟아내면 아이들이 다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내가 겪었던 고통과 아픔과 죽고 싶은 마음을 아이들은 몰랐으면 싶다. 그러려면 살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내가 먼저 정제된 언어로 내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그래도 훅, 하고 마음이 말한다.


죽으라잖아.
네 도움이 가장 필요할 줄 알았던, 네가 네 몸에서 길러 네 몸으로 낳은 그 아이가, 널더러 죽으라고 하잖아. 봐, 넌 얼마나 불필요한 존재야. 넌 죽어도 돼. 죽어도 된다고. 죽어. 죽자고.

그리고 나는 정말 죽어버릴까 생각한다.

그러면 마음이 마지막으로 묻는다.

왜 살아?


그러면 나는 다시 콜베와 슈판을 생각하고, 내 반려인과 신을 떠올린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어. 상처주고 싶지 않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배신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죽지 않는다.


7.
예전에는 무서워서 죽지 못해서 죽는 건 너무 아파서 살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죽지 못하는 이유가 있어 삶을 선택한다.

좀 나아졌나 싶다.
by 소년 아 | 2018/09/01 20:57 | LOV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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